불규칙한 잔해·전선 안전하게 파지

일본 건설 서비스 전문기업 구마가이구미(熊谷組)가 재해 현장에서 불규칙한 형태의 잔해나 전선을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마인 크래프트 슬롯 핸드 기술을 개발하고 지난 8월 공개 동작 실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7일 츠쿠바시 기술연구소에서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ETH Zürich, ETHZ) 연구팀과 공동 개발한 로봇 핸드의 공개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은 일본 정부의 문샷형 연구개발 사업 ‘CAFE 프로젝트’(츠쿠바대학 나가타니 케이지 교수)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구마가이구미는 2024년부터 ETHZ의 로봇 캐츠슈만(Robert Katzschmann) 교수와 국제 공동연구를 시작해 최첨단 로봇 핸드 기술을 건설 기계에 통합한 재해 대응 시스템 구축을 추진해오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자연재해가 심각화·빈발화하면서 긴급 복구 작업 현장에서 작업자의 안전 확보와 작업 신속화가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번 기술은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ETHZ가 개발한 마인 크래프트 슬롯 핸드는 네 개의 손가락을 와이어로 구동하는 구조다. 대상물의 형상에 맞춰 감싸듯이 부드럽게 파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21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기능 향상과 대형화를 거듭해왔다.
구마가이구미는 이번 공동 연구에 오랜 무인화 시공 경험과 재해 대응 경험 및 노하우를 제공했다. 또한 무선 통신 기술 등 실용화를 위한 노하우와 대학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필드 실험 환경도 제공했다.

구마가이구미는 이 마인 크래프트 슬롯 핸드를 원격 조작 가능한 소형 굴삭기에 탑재했다. 버킷 부분에 마인 크래프트 슬롯 핸드나 포크 그랩을 장착해 2자유도를 추가함으로써 조작성과 강성을 높였다. 크롤러 부분이 물에 잠겨도 작동 가능하도록 설계해 침수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기존 건설 기계의 파지 기는 무거운 물체를 잡는 데는 뛰어났지만, 복잡한 형상이나 깨지기 쉬운 물체를 다루는 데는 적합하지 않았다. 이번 마인 크래프트 슬롯 핸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 불규칙한 잔해나 전선, 호스 등을 안전하고 확실하게 다룰 수 있다.
지난 8월 이뤄진 공개 실험에서는 올해 3월 동작을 확인한 프로토타입 2호기보다 대형화된 3호기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실제 재해 현장에서의 실용성을 검증했다.
장길수 기자 ksjang@irobo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