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후 세계 시장규모 25조원…산업 육성은 기술 전쟁 뛰어넘어 의료 주권의 문제
* 이 기사는 로봇신문 주간지 ROBOT PLUS Ver.5 (2025. 9. 1일자)에 게재되었습니다.

수술 로봇은 단순한 의료기기의 범주를 넘어선다. 그것은 정밀기계, 인공지능(AI), 의료데이터, 임상 기술이 융합된 첨단 복합체이며, 미래 의료 패권을 좌우할 전략산업이기도 하다.
리서치앤마켓츠 보고서(2025–2029)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수술 로봇 시장은 78억7000만달러(약 10조9692억원)이며, 2029년까지 180억5000만달러(약 25조1581억원)로 연평균 18.2% 성장할 전망이다. 수술 로봇 시장 주요 동향을 살펴보면 북미(특히 미국)가 시장 점유율이나 중심 시장으로 강조되고 있다. 시장 조사 전문기관 프레시던스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수술 로봇의 경우 2024년 북미 점유율이 51%에 달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빠른 성장세가 예견되는 지역으로 지목됐다.
수술로봇은 정형외과, 신경외과, 비뇨기·산부인과, 일반외과, 심장·흉부외과 로봇이 현재 시장의 주요 카테고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수술 유형별 범주에 맞춰 2024년 기준 시장 규모가 큰 일반외과/복강경 로봇(약 4조415억~6조2713억원), 정형외과 로봇(약 1조902억원), 비뇨기과(약 8458억원), 심장·흉부 수술 로봇(약 9269억원), 신경외과/뇌신경 로봇(약 3458억원)으로 구분해 국내외 주요 기업 및 제품에 대해 알아본다.
◇복강경 버 슬롯
①인튜이티브 서지컬-미국

대표 기종은 다빈치 수술 시스템으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보급된 복강경 수술 로봇 브랜드다. 2025년 기준으로 전 세계 72개국에 설치된 다빈치 시스템은 8000대 이상이며, 누적 1200만 건 이상의 수술을 수행했다. 현재 외과・비뇨의학과・부인과・이비인후과・흉부외과 등 다양한 진료 및 수술 분야에 활용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연간 268만 건에 달하는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의 정점으로 평가되며, 지속적인 기술 업그레이드와 서비스 생태계가 강점이다.
②칼 스톨츠-독일
2024년 수술 로봇 기업 에이센서스 서지컬 인수를 통해 성과 유도 수술(Performance‑Guided Surgery) 기반 로봇 수술 분야에 진입했다. 대표 기종은 센한스 서지컬 시스템으로 햅틱 피드백, 안구 추적 카메라 제어, 그리고 디지털 라파로스코피 기술을 통해 외과의사의 제어 정밀도와 수술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최소침습 수술 분야의 선구자이자 의료 영상 및 OR 통합 시스템 혁신 기업으로, 전 세계 병원과 의료진에게 강한 신뢰를 받고 있다. 특히 복강경 수술 자동화 및 디지털화에 특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③CMR 서지컬-영국
대표 기종은 베르시우스 서지컬 시스템으로 모듈형 설계와 휴대성을 강점으로 한 로봇 시스템이다. 각 팔이 독립된 캐트 형태로 구성돼 있어 빠른 설치와 유연한 수술실 레이아웃이 가능하다. 유럽과 일부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확대 중이며, 기존 복강경 수술의 혁신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작년 동아ST가 국내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CMR 서지컬은 연조직 수술 로봇을 개발 중이며, 지난 4월 2억달러(약 279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④미래컴퍼니-한국

대표 제품은 ‘레보아이(Revo-i)’다. 국내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복강경 수술로봇으로, 기존 다빈치 시스템과 유사한 기술 구성(3D 내시경, 로봇팔, 손떨림 제거 기능)을 갖추고도 유지비용을 낮추는 전략으로 국산 대체 가능성을 제시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한 국내 다수 병원에서 임상 적용이 이뤄졌으며, 차세대 모델은 단일공 수술, TME(직장절제술), 최소 절개 접근법 등을 반영한 형태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픈형 플랫폼과 운영비용 절감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어, 동남아 및 중동 시장에서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 외에도 메드트로닉의 휴고(HUGO)와 바이케리어스 서지컬의 단일 포트 시스템 등 다양한 복강경 수술 버 슬롯 업체들이 있다.
◇정형외과 버 슬롯
①스트라이커-미국

대표 제품은 마코 시스템이다. 부분 또는 전 인공 무릎 및 엉덩이 치환 수술에 쓰이는 인기 시스템이며, CT 기반 계획과 버 슬롯 정밀 이식을 지원한다. 무릎이나 고관절 같은 정형외과 분야에서 사용되며 수술 성공률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매출 대부분이 북미, 유럽, 아시아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약 860대 설치, 전체 무릎 교체 절차의 44%를 마코 버 슬롯으로 수행할 정도로 보급이 활발하다.
②짐머 바이오멧-미국

대표 제품은 로사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수술 전 2D/3D 계획, 실시간 해부학 데이터 제공으로 정밀도를 높인다. 특히 무릎뿐 아니라 어깨와 척추 수술 분야로 확장 중이다. 2015년에 두 의료기기 기업인 짐머와 바이오멧이 합병해 탄생한 글로벌 기업이다. 2025년 7월 모노그램 테크놀러지스를 약 1억7700만달러에 인수해 반자동/완전자율 무릎 치환 시스템을 확보하는 등 버 슬롯 수술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③스미스앤네퓨-미국
대표 제품인 ‘코리(CORI) 서지컬 플랫폼’은 집도의에 의해 제어되는 핸드헬드 형태의 제품으로 로봇 시스템의 크기가 작아 쉽게 이동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동수술센터(ASC) 또는 외래 환자 수술에 적합하다. 특히 무릎 전치환(TKA)과 부분 무릎 치환(UKA)을 위해 설계됐다. 코리는 종전보다 4배 이상 빠른 새로운 카메라 기술을 채택, 효율적인 커팅 기술의 구현이 가능하며 이전 ‘나비오(NAVIO)’ 서지컬 시스템보다 빠르게 무릎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모듈러 설계방식을 채택한 게 특징이다. ‘외과의사의 손기술과 디지털 기술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정밀도는 높이고 효율성은 개선한 차세대 정형외과 로봇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④큐렉소-한국

대표 제품인 스파인마스터는 척추나사못 삽입 시 내비게이션 기반으로 정확도를 높여주는 버 슬롯으로, 실제 미국 씽크서지컬과 협업을 통해 고관절 및 무릎 인공관절 버 슬롯(T-Solution One)까지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수술 전 환자의 CT 기반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절삭 계획을 제안하고, 실제 수술 시 버 슬롯이 이를 정밀하게 수행하는 구조는 수술의 개인화와 자동화를 동시에 가능케 한다.
이 외에도 메드트로닉(메이저×스텔스), 글로버스메디컬(엑셀시우스 GPS), 씽크서지컬(TMINI) 등도 정형외과 및 척추 수술 로봇 분야에서 경쟁 중인 주요 기업이다.
◇비뇨기과 버 슬롯
①인튜이티브 서지컬-미국
대표 제품인 다빈치 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 압도적 설치 기반을 보유한 대표 시스템이다. 전립선 절제술, 부분/전체 신장 절제술, 방광 수술 등 다양한 비뇨기과 수술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숙련된 수술환경, 안정성과 정밀도, 풍부한 검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료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②메드트로닉-미국

대표 제품인 휴고 RAS(Robotic-Assisted Surgery)는 모듈형 설계의 카트 기반 시스템으로 유연한 OR 배치가 가능하고, 터치 서저리 엔터프라이즈 플랫폼을 통한 실시간 비디오 기록 및 분석 기능을 갖추고 있다. 초기 유로·부인과 및 비뇨기과 수술에 도입됐으며, 현재는 유럽, 라틴아메리카 및 아시아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다관절 구조의 좁은 OR에서도 설치와 확대가 용이하며, 비용 및 공간 효율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③프로셉트 바이오로보틱스-미국
대표 제품은 아쿠아블레이션 버 슬롯수술 시스템으로 전립선비대증(BPH)을 치료하기 위한 초음파를 유도하는 버 슬롯 시스템이다. 정밀한 수압 분사(waterjet) 방식으로 조직을 절제하며, 성 기능 및 요실금 등 중요한 기능을 보존하도록 설계됐다. 수술 중 정밀도와 안전성을 높이고, 전립선 크기와 형태에 관계없이 일관된 결과를 제공한다.
④로엔서지컬-한국

대표 제품은 자메닉스(Zamenix)로 유연내시경 기반의 수술버 슬롯이 특징이다. 기존 강성 버 슬롯팔로는 접근이 어려운 요관, 신장, 전립선 등의 협소 부위에 정밀하게 진입할 수 있다. 특히 신장결석 제거술, 내시경적 비뇨기계 수술, 소아 비뇨기외과 등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며, 실제 국내 주요 병원과의 공동개발과 임상 적용이 예정돼 있다.
◇심혈관(심장·혈관) 로봇
①인튜이티브 서지컬-미국
대표 제품인 다빈치 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다관절(멀티포트) 수술 버 슬롯 플랫폼이다. 심장 수술(예: 승모판 수리, 관상동맥 우회술)을 포함한 다양한 침습 최소화 시술에서 적용 사례가 많다. 첨단 정밀도, 3D 시야 및 광범위한 병원 기반이 강점이다.
②스테레오택시스-미국

대표 제품은 위치조정 카테터 제어장치인 제네시스X이다. 자기장 기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통해 심장 내 도관 삽입 혹은 전기생리학 시술을 정밀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카테터 기반 시술 전문 버 슬롯 기술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25년 들어 제네시스X 시스템 유럽 CE 인증 획득 및 FDA 승인 신청 등 지속적 기술 혁신도 이어지고 있다.
③지멘스헬시니어스-독일
대표 제품은 코린더스 기반 혈관 수술 버 슬롯으로 지멘스는 코린더스 인수를 통해 혈관 중재 수술 및 정밀 시술용 버 슬롯 시스템을 의료 플랫폼에 통합했다. 주로 혈관 외과나 중재적 심혈관 시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진단-치료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신경외과·뇌신경 로봇
①짐머 바이오멧-미국
대표 제품은 ROSA ONE 브레인으로 정밀한 궤적 안내를 통해 스테레오 전극 삽입(SEEG), DBS(심부뇌 자극), 레이저 치료 등 복잡한 뇌신경 수술을 최소 침습 방식으로 지원한다. 기존 프레임 기반 방식보다 3시간42분가량 빠른 수술 속도를 제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6자유도(DoF)의 정밀한 버 슬롯 팔, 다양한 등록 방식, 수술자의 워크플로우에 맞춘 유연한 디자인이 장점이다.
②브레인 내비 바이오테크놀로지-대만
대표 제품은 나오트랙(NaoTrac)이며 고정밀 버 슬롯 내비게이션 시스템으로, 뇌 수술 절차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신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 스페인에서 첫 수술을 수행했으며,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해 시장 확대를 추진 중이다. 또한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벤큐메디컬과 협업하고 있다.
③제타서지컬-미국
고정된 제품 이름은 없지만, 실시간 AI 기반 수술 내비게이션 플랫폼을 갖고 있다. 머리를 고정하지 않고도, 컴퓨터 비전과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수 mm 이하 수준의 정확도를 확보한다. 임상 환경에서 뇌생검, 외상성 뇌손상, 뇌출혈, 변형자기 자극 등 다양한 적용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④고영테크놀로지-한국

대표 제품은 뇌수술 로봇 ‘지니언트 크래니얼’로 미국 FDA 승인을 획득했다. 국산 뇌수술 로봇 중 최초 사례로, 뇌전증, 파킨슨병, 뇌심부자극(DBS) 등 정위 신경외과 수술 분야에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의 초석을 마련한 셈이다. 현재 일본 및 중국 인증도 동시 추진 중이며, 한국이 아닌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있는 신경외과 수술로봇’으로 확장하고 있다. 고정밀 좌표기반 내비게이션과 영상 융합기술이 강점이다.

종합해 보면, 글로벌 수술버 슬롯 시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이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가격, 폐쇄적인 생태계, 유지비 부담 등으로 인해 틈새를 노리는 경쟁자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추격도 거세다. 중국은 중앙정부의 의료기기 국산화 정책 지원과 거대한 내수 시장을 무기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예를 들면, 틴리메디컬(Tinavi)은 오스봇(Orthbot) 척추·정형외과 로봇을 출시, NMPA 승인 후 수백 건의 상용 수술을 수행하고 있다. 마이크로포트 메디봇은 복강경·정형외과·신경외과를 아우르는 풀라인업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엣지 메디컬 로보틱스는 단일공 복강경 수술로봇으로 중국 내 임상 확대와 동시에 동남아·중동 수출을 적극 추진 중이다.
중국 기업들은 자국 병원 네트워크를 통한 빠른 임상 데이터 축적과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바탕으로 일부 영역(특히 척추·정형)에서는 이미 미국·유럽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앞으로 수술로봇의 경쟁력은 단순 ‘기계’에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데이터의 구조화, 수술로그 기반 AI 분석, 의사 개인의 스타일 반영, 실시간 판단 보조와 같은 기능이 차세대 수술로봇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결국 ‘의료 의사결정 AI’로의 진화이며, 이를 위해선 기술과 임상, 병원 시스템, 보험 체계까지 연결된 생태계가 필요하다.
한국 수술로봇 기업들은 아직 글로벌 점유율로 보면 초입 단계에 있다. 하지만 기술력, 임상 파트너십, 데이터 기반 전략에서 유의미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고영의 FDA 승인과 해외 인증, 미래컴퍼니의 복강경 대체 전략, 큐렉소의 다분야 확장, 로엔서지컬의 내시경 혁신까지 우리는 이제 ‘국산화’라는 방어적 표현 대신, ‘세계화를 위한 플랫폼 경쟁’이라는 공격적 프레임을 이야기해야 할 시점이다.
이것은 수술버 슬롯에 대한 기술의 싸움이 아닌, 의료 주권의 싸움인 것이다. 데이터는 의료의 새로운 원유이며, 그 흐름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 향후 의료AI의 방향이 정해진다. 단순한 산업 성장보다 더 큰 의미에서, 우리는 수술버 슬롯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보호하고 키워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규남 전문기자 ceo@irobo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