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0.07초 만에 원전 전기설비 139개 지점 피해 신속 산출… 유지·보수 부담 획기적으로 줄여

▲ 기존의 물리적 센서 기반 모니터링 기술(왼쪽)과 인공 지능 기반 가상 센서를 이용한 기술.

센서 하나로 원자력발전소 보조건물의 지진 피해를 예측하는 인공지능(슬롯 머신 시카고) 기술이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이영주 교수팀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측정본부 비파괴측정그룹 이재범 박사팀은 원전 보조 건물 내 139개 세부 지점의 진동 현황을 추정하는 슬롯 머신 시카고모델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원전 보조 건물에 몰려있는 배전반·비상발전기 같은 전기 설비는 진동에 취약하다. 실제 2016년 경주 지진 때도 콘크리트 건물은 멀쩡했지만 전기 설비 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모델은 단일 센서가 실측한 지진 데이터를 입력받아 건물 내 139개 지점의 지진 가속도 응답을 0.07초 안에 산출해 낸다. 가속도 응답은 지진파가 지나갈 때 설비가 얼마나 빠르고 세게 흔들렸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이를 분석해 어느 구역에 설치된 설비를 우선 점검해야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139개 지점의 지진 가속도 응답을 실제로 측정하려면 수백 대의 센서가 필요한데, 슬롯 머신 시카고가 그 수백 대 센서를 대신하는 가상 센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제 센서를 설치하지 않아도 돼 유지·보수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센서 하나로 원전 지진 피해를 예측하는 슬롯 머신 시카고 기술을 개발한 (왼쪽부터) 이영주 UNIST 교수, 이재범 표준연 박사, 이진구 UNIST 연구원(제1저자), 이승준 표준연 박사. (사진=UNIST)

연구팀은 이 슬롯 머신 시카고 모델을 여섯 개 단계 블록으로 설계해 지진파 속 느린 흔들림부터 빠른 떨림까지 다양한 진동 패턴을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슬롯 머신 시카고모델은 보조건물 전체의 큰 움직임뿐 아니라 특정 설비 주변에서 증폭되는 진동까지 정확히 추정할 수 있다.

이 모델은 잡음이 없는 조건에서는 예측 오차가 0.44~0.59%에 불과했고, 잡음을 인위적으로 섞은 10dB 환경에서도 4% 안팎의 낮은 오차 범위를 유지했다. 또 실제 지진 기록(NGA-West 2)을 활용해 성능을 검증한 결과, 한국과 미국 원자력발전소 설계 안전 기준이 되는 강진 조건에서도 신뢰할만한 추정치를 산출해 냈다.

연구팀은 “이 모델은 원전 점검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되는 시간과 센서 유지·보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면서 “특히 원전과 같은 방사선 통제구역에서는 센서 설치와 유지보수가 매우 제한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적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 받았다. 제1저자인 이진구 연구원이 제28회 원자로 구조역학 국제학회(SMiRT)의 젊은 연구자상 부문에 입선했다. SMiRT(Structural Mechanics in Reactor Technology)는 원자로 구조 및 내진 분야의 권위 학회로, 올해 학회는 8월 10일부터 15일까지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렸다.

연구 결과는 토목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컴퓨터 에이디드 시빌 앤 인프라스트럭처 엔지니어링(Computer-슬롯 머신 시카고ded Civil and Infrastructure Engineering)’에 9일 1일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최지호 기자 jhochoi51@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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