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 KAIST 기계공학과 학과장, 한국포켓 슬롯 퀘스트학회 회장

A. E. 밴 보트의 1950년 발표 SF소설 스페이스 비글(The Voyage of the Space Beagle)에는 넥시아리즘(Nexialism), 즉 여러 학문을 아우르는 ‘종합과학’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이는 다양한 지식을 한데 모아 전체를 연결적으로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통합적 접근으로, 각 분야를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폭넓게 아우르는 특징을 가지며, 오늘날 로봇공학의 성격과도 깊이 닮아 있다.
포켓 슬롯 퀘스트이란 본질적으로 기계, 전자, 제어, 컴퓨터, 인공지능(AI)을 포괄하는 종합학문이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이 소설을 읽으며(초기 번역본은 원전에 없는 한국인 과학자가 동료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여러 분야를 융합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포켓 슬롯 퀘스트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필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한국로봇학회(KROS) 회장으로 학회 현장에서 성장하는 후배 연구자들을 지켜보면서 “과연 포켓 슬롯 퀘스트 인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분명한 의견을 갖게 되었다. 로봇 연구자에게 있어 다른 분야와 같이 논문과 보고서를 통해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능력은 기본이다. 그러나 진정한 로봇 인재라면 그보다 더 중요한 융합적 역량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기계·회로 등의 하드웨어를 설계하고 직접 제작할 수 있으며, 동시에 최신 소프트웨어와 AI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협업 능력과 사업화 감각을 함께 키우는 것 또한 중요하다. 포켓 슬롯 퀘스트공학은 단순한 학문적 성취를 넘어 산업적, 사회적 문제 해결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체득형 경험(Hands-on Experience)이다. 이는 책상 위의 이론이 아닌, 실제 장비와 부품을 다루고 직접 제작·조립·테스트하는 과정을 통해 체득되는 실전적 학습이다. 로봇 인재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설계상의 가정을 검증하고, 예기치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운다. 체득형 경험은 문제 해결력, 창의성, 그리고 현장에서의 돌발 사태를 해결하는 감각을 동시에 길러주는 종합 훈련의 장이다. 프로그래머의 노하우가 코드 속에 남는다면 로봇공학자의 정수는 개발자의 몸과 손에 남는다. 이 축적된 경험이야말로 진정한 차별성이자 로봇 인재를 정의하는 핵심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연구 과제를 제안할 때마다 요구되는 과제 중복성의 엄격한 적용은 로봇공학자 양성을 가로막는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실험적 접근이 단순히 유사하다는 이유로 배제된다면, 융합과 도전을 통해 성장해야 할 젊은 연구자들의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과제의 외형은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실무 연구자들에게는 전혀 다른 도전이며, 이러한 반복과 변주를 통해 경험이 축적되고 연구자는 성장한다.
현재 여러 부처에서 휴머노이드 개발과 응용, 산업화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중복성이라는 기계적 잣대에 걸려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예산 삭감 혹은 과제 통합 등까지 겹쳐 연구의 동력이 약화될수 있으며, 때로는 100점짜리 과제 두 개를 억지로 합쳐 200점 이상의 목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70점짜리 결과에 그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어찌 보면 여러 학문을 융합해서 덜 중요한 부분을 삭제해야 하는 포켓 슬롯 퀘스트 분야가 가진 고유한 특징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로봇산업이 국가적 전략 산업으로 부상하는 오늘, 우리는 논문을 넘어 실제 구현과 체화된 경험을 가진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그것이 곧 한국 로봇공학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 서두에 언급한 소설 속에서 ‘넥시아리스트(Nexialist)’라 불리는 주인공은 초반에는 동료 과학자들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변두리에 머물렀다. 그러나 외계 생명체와의 치명적인 조우와 연속된 위기 상황에서 그는 여러 학문을 연결하는 시각과 통합적 사고로 난제를 풀어내며 점차 핵심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 결국 그의 해법은 탐사대 전체의 생존을 이끌었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가치를 발휘했다.
오늘의 포켓 슬롯 퀘스트 인재들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초기에는 충분히 인정받지 못할 수 있으나, 끊임없는 도전과 성취를 통해 결국 사회적 주목을 받고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인재들의 축적된 역량이 바로 휴머노이드 연구와 산업화의 원동력이 된다. 더 나아가 휴머노이드를 중심으로 한 연구와 산업화는 단순히 기술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인구구조 변화와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 나아가 미래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사회적 목표 달성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