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공장 가동시 1000대까지 생산 가능”
이달 말 ‘땡겨요’와 마곡 시작으로 자율주행 시큐리티 슬롯 배송 개시
* 이 기사는 로봇신문 ROBOT PLUS Ver. 6 (2025. 9. 8일자)에 게재되었습니다.

오픈AI가 10년 전에 알아본 기술력…이젠 세계 만방에 알린다
9월 2일 낮 서울 마곡 로보티즈 본사.
1층 널찍한 전시 공간에서 로보티즈의 ‘라스트 마일 프로젝트’ 소개 문구를 읽고 있는데, 뒤쪽에서 자동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들어오는 인기척을 느꼈다. 돌아보니 로보티즈의 자율주행로봇 ‘개미’였다. 여행사 가이드가 들고 있을 법한 노란색 벌꿀 모양이 새겨진 깃대를 꽂고 1층을 돌고 있었다. 첫 느낌은 ‘귀엽다’. 두 번째는 ‘조용하다’ 그리고 ‘움직임이 자연스럽다’였다. 로보티즈가 꿈꾸는 라스트 마일 프로젝트 성공에 대해 기대를 하게 되는 순간이다. 라스트 마일(Last Mile)은 물류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다. 가장 비용이 많이 들고 소비자와 접촉하는 단계로, 편리한 사용자 경험(UX)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로보티즈의 'AI 워커'. 사람과 같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양팔 작업형 휴머노이드 시큐리티 슬롯이다.
◇ 피지컬 AI 시대를 위한 26년 도전
1999년 설립된 회사는 로봇 핵심 부품부터 완성품에 이르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해온 로봇 기업이다. 독자 기술로 개발한 모듈형 액추에이터 ‘다이나믹셀’ 그리고 고성능 사이클로이드 감속기 ‘다이나믹셀 드라이브(DYD)’가 대표 성과물이다.
다이나믹셀은 모터, 감속기, 센서, 제어기, 통신 기능이 하나로 통합된 모듈형 로봇 구동장치다. 각 관절에 고유 ID를 부여해, 네트워크로 연결해 제어한다. 덕분에 복잡한 로봇을 쉽고 효율적으로 구성해 제어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로봇 개발에 활용되는 이유다. 제조·물류·의료·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돼 자동화 수준을 크게 높였다. 이들 혁신 기술은 로보티즈가 ‘피지컬 AI’ 시장을 열 확실한 성공 카드란 평가다.
회사를 세계에 알린 것은 2012년 공개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똘망’ 덕분이다. 순수 로보티즈의 액추에이터인 ‘다이나믹셀’만으로 만들어진 이족보행 로봇이다. 뛰어난 기계적 설계와 원천 기술에 기반해 정교한 움직임을 자랑해 호평받았다. 미국팀이 똘망으로 2014년 로보컵에서 우승하는 등 각광을 받았다.
후속 모델이 로보티즈의 미래 먹거리인 ‘AI 워커’. ‘똘망’이 로봇 기술의 기본기를 다졌다면, AI 워커는 작업형 휴머노이드로의 기술 확장 및 발전의 기반을 마련했다. 피지컬 AI 기술을 적용한 양팔 작업형 휴머노이드다. 인간의 숙련 작업 동작을 모방학습과 강화학습으로 학습해 고난도 작업을 낮은 비용으로 정밀하게 수행한다. 리더 암으로 작업자가 동작을 시연하면 팔로워 로봇이 실시간으로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한 최적화를 거쳐 복잡한 작업을 완성한다. 이 때문에 AI 워커는 산업 측면에서 생산 효율과 품질을 높이는 혁신적 도구라는 평가다.
로보티즈의 'AI 워커'. 사람과 같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양팔 작업형 휴머노이드 시큐리티 슬롯이다.

◇ 자율주행시큐리티 슬롯 시대 연다
로보티즈의 자율주행로봇 ‘개미’는 현재진행형이다. 회사가 위치한 양천구에서 수거·순찰·배달 등 친환경 스마트 공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건물 관리업체와 협력해 경비와 미화와 같은 건물관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고, 모 대기업과는 배송·안내·방역·건물관리 서비스를 기획 중이다. 호텔, 아파트 단지, 공공기관, 리조트 등 다양한 곳에서 돌아다니며 다양한 미션을 수행한다. 통신 통합 관제 시스템을 통해 여러 대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로보티즈의 자율주행로봇 ‘개미’
개미는 자율주행시큐리티 슬롯의 격을 높여가고 있다. 딥러닝 AI와 정밀 센서 융합 기술이 적용돼 환경과 장애물을 스스로 인식하고 경로를 판단해 운행한다. 자동 복귀 및 충전시스템도 탁월하다. 인증받은 솔루션으로 중단 없이 연속 운용할 수 있어 실용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다.
로보티즈의 차별화된 기술력은 많은 기업의 관심 대상이다. 김병수 대표는 “오래 전부터 국내외 많은 기업의 협력 제안을 받았다”며 구글과의 협력 프로젝트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업계 관심이 큰 오픈AI와의 협업도 이미 10여 년 전 접촉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LG전자와의 협업이 주목된다. 양사는 로보티즈의 AI 워커와 LG전자의 제조 역량을 결합해 스마트팩토리 자동화와 글로벌 시장 공략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 또한 MIT 등 해외 유수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피지컬 AI 기술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K-휴머노이드 연합’을 포함, 국내외 다양한 로봇 전문가 및 기업들과 협업하여 로봇 생태계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 마곡에 위치한 로보티즈 본사 전경
마곡 로보티즈 사옥 1층에는 ‘노동으로부터의 자유’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지난해 김병수 대표가 직접 틀을 잡았다. 사람이 로봇의 도움으로 반복적이고 단순한 노동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과 창의적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혹자는 로봇을 통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김 대표의 답변은 간단명료하다. 로봇은 사람이 풍요로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창의적인 일에 몰두하도록 지원하는 ‘동반자’란 설명이다. 이어 “이것이 바로 로보티즈가 꿈꾸는 ‘인간이 더 인간다워지는 삶’”이라고 강조했다.

“AI워커 주문 밀려…연간 생산물량 확대 준비”
로보티즈의 휴머노이드 로봇 야심작 ‘AI 워커’의 인기가 뜨겁다. 올해 생산분도 부족할 지경이다. 공급처에는 미국 AI 대표기업 오픈AI가 포함된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로봇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달부터 공식 판매에 돌입했다. 잘 팔릴지 의구심이 많았지만 이미 많은 곳에서 주문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상용 테스트를 의미하는 기술검증(PoC) 여부 확인 질문에 대해, 김 대표는 “PoC는 이미 마쳤다. 납품 의뢰를 받은 것”이라고 못 박았다.
로보티즈의 AI 워커를 서울 마곡 본사에서 생산한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내년 또는 내후년에는 물량이 대폭 확대된다. 김 대표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한국보다 10배 이상, 1000대까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우즈베키스탄이 저렴한 인건비와 비교해 정밀가공 기술력이 매우 뛰어나다며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과의 경쟁에서 충분히 붙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AI 워커의 수요처는 다양하다. 물류 분야가 많은 가운데 기업의 생산 현장, 연구소 그리고 제약업계에서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피지컬 AI 기술이 적용되는 만큼 바로 현장에서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한두 달 만에 바로 현장에 투입되지는 않는다.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며 “1년 이내에 투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보티즈는 수요 기업과 함께 AI 워커가 데이터를 생성하는 데이터팩토리 작업을 진행한다.
업계가 주목하는 오픈AI와의 모델에 대해서는 “오픈AI가 한 두가지 기능을 하는 로봇을 개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가지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며 공개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오픈AI와의 협업 논의 시작 시기와 관련, 김 대표는 “로보티즈는 2013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오픈AI가 그때부터 관심을 가졌었다. 당시에는 오픈AI 이외에도 많은 기업이 연락했다”며 “한동안 뜸하다가 3개월 전에 다시 연락이 와서 ‘(오픈AI가) 가려고 하는 방향과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다이나믹셀’로 대변되는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 사업에도 집중한다. 특히 준직구동(QDD) 액추에이터 개발에 힘을 쏟는다. 김 대표는 “전류 기반의 저감속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전용 모터를 함께 개발해야 한다”며 “무게에 비해 토크 밀도가 높고 로봇에 최적화된 분산처리 기능을 구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AI를 통해 로봇을 움직이려는 수요가 확실히 늘고 있다. 여기에 QDD 액추에이터가 적합하다”며 “앞으로 국방 분야에서도 수요가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에 대해, 김 대표는 “액추에이터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살아남기 힘들다”며 “우즈베키스탄에서 생산을 통해 중국산과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도록 설계한다”고 소개했다. 최근 로봇 트렌드로 작은 손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핑거(손가락) 전용 액추에이터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초에 출시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새로운 도전에도 나선다. 분할회사인 로보티즈AI가 이달 중 땡겨요와 함께 회사가 위치한 마곡에서 사업을 펼친다. 김 대표는 “이달 말에 마곡부터 시작한다. 자율주행 로봇이 배송하기 때문에 건물 앞까지만 배송해 고객은 배송비를 부담하지 않는다”며 “마곡에서 시행 후 서울 다른 지역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고 말했다. 이달 말 서비스에는 자율주행 로봇 40여대가 투입되며 내년에는 그 수가 많이 늘어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중장기 비전에 대해 “인공지능 전환(AX)에서 피지컬AI가 많이 사용될 것”이라며 “로보티즈가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로봇 제조사와 파운데이션모델 두 개의 회사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며 “저희는 다양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수용할 수 있도록 로봇을 개발하도록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김준배 기자 kjb3156@irobo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