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

* 이 기사는 로봇신문 주간지 ROBOT PLUS Ver.5(2025. 9. 1일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미국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관세전쟁을 선포했다. 같은 레이스에서 뛰는 경쟁선수에게 묵직한 모랫주머니를 채우도록 룰을 바꾼 것이다. 그러면서 정작 미국은 감세를 통해 몸을 가볍게 할 것 같다. 당한 나라들 입장에선 매우 억울하지만, 미국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레이스에서 뒤쳐졌단 직접적인 호소기도 하다. 특히 제조업 분야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첨단 제조업 리쇼어링’이 절박하단 의미로도 해석된다. 관세와 감세로 미국내 제조 환경과 가격 경쟁력을 크게 개선시키지 않으면 중국 등지로의 아웃소싱으로 미국내 제조업 붕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22년 11월에 공개된 오픈AI의 챗GPT로 인해 전세계가 인공지능에 열광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제조업 구애는 뭘 의미할까?

중국 역시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정점에 있었고,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우며 전통 제조업이 잘 나가던 2015년에 생뚱맞게 ‘중국제조2025’를 내세우며 첨단 10대 제조업 육성에 천문학적 돈과 인력을 투입한 이유가 뭘까? 중국은 코로나, 부동산 위기 등 최악의 환경을 관통하면서도 첨단제조 육성을 후퇴없이 진행해 왔기에 지금의 전기차, 로봇, 태양광, 신소재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됐다. 지난 10년간 정부, 산업, 학계 등이 지속적으로 머리를 맞댄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최종 제품뿐 아니라 소재, 부품과 같은 공급망의 내재화도 촘촘히 진행했기에 어느새 중국은 제조업 생태계의 최강국으로 변모해버렸다.

이렇듯 세계 패권 1, 2위의 국가가 첨단 제조업에 올인하고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는 인공지능이 만든 ‘뇌’로 움직일 ‘몸’의 필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무인화 혁명, 바로 임비디드 AI(Embodied AI), 피지컬 AI(Physical AI)에 대한 시장과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기도 하다. 누가 이 분야를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차기 패권의 승부가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은 제조업이 전체 GDP의 26%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앞서 있지만, 미국은 겨우 10% 수준으로 퇴보한 상태고 ‘러스트벨트’로 대변되는 한물 간 산업으로 치부되고 있다. 미국을 이끄는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 미국 증시에서 가장 영향력을 가진 7개의 빅테크 기업으로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구글), 테슬라, 메타 플랫폼(페이스북)을 이름)은 대부분 ‘뇌’에 집중되어 있지, ‘몸’을 만드는 업체는 테슬라 정도에 불과하다. 테슬라도 그간 가성비 높은 중국 소재, 부품 의존도가 높았기에 미국내 자급률을 높여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반면 중국은 BYD, 샤오미, 화웨이, 샤오펑 같은 업체들이 속속 자율주행 기능이 장착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유니트리, 유비테크, 애지봇, 딥로보틱스 같은 걸출한 로봇회사들이 매년 새로운 로봇을 만들어 소개하고 있다. 강력한 모터에 필요한 네오디뮴이나 디스프로슘 같은 희토류 수급을 꽉 쥐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가성비가 높은 배터리로 세계를 장악해 버린 것도 중국이다. 제조업 생태계가 활기가 넘치기에 신제품 런칭에 주저함이 없다. 몇 몇 회사가 도산을 해도 여기서 육성된 인재들이 다른 회사에서 연구를 이어간다. 공산당은 높은 수준의 기술을 중국 기업 누군가가 습득하면 이를 산업내 확산시켜 중국기업의 상향평준화를 유도한다. 인공지능 딥시크(Deepseek)와 자율주행 알고리즘 샤오펑(Xpeng)때 그러했고, 화웨이를 통해 반도체와 하드웨어를 내재화할 때 그러했으며, 유니트리를 비롯한 소수의 휴머노이드를 폼팩터로 지정해 로봇의 모션토큰을 확보하도록 연구를 독려했다. 중국의 제조업은 기존의 제조 경쟁력에 더해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생산라인을 고도화시키며 ‘공급과잉’과 ‘극단적 가성비’의 상황을 만들며 전세계 제조업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지난 20년간 세계는 중국 제품을 인플레이션 억제에 도움이 된다며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제조업 붕괴의 과정이었다. 중국없인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만 확산되어가고 있다.

본격적으로 임바디드 AI(Embodied AI)가 거대한 시장을 만들 시기가 도래했다. 인공지능이 이제 능숙하게 물리세계를 학습하면서 기계를 다룰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뇌와 몸을 연결하는 척수에 해당하는 기술들도 눈부시게 진화하고 있다. 인간의 땀으로 만들 수 있는 부가가치의 대부분을 이제 로봇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100조달러가 넘는 글로벌 GDP에서 최소 20% 이상이 로봇에 의해 대체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된다. 로봇을 선점하는 국가가 DX(디지털전환)를 넘어 AX(인공지능 전환)의 시대에 선두에 나설 수 있다. 미국 역시도 ‘저숙련 노동력’, ‘고임금’, ‘생태계 부재’의 제조업 3대 문제점을 로봇에 의한 스마트팩토리로 극복하고자 한다.

최근 미국의 팔란티어(Palantir)와 안두릴(Anduril)의 조합이, 중국에서 딥시크를 포함한 항저우 6소룡과 유비테크를 포함한 광둥 7검객 조합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모두 상업화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지만 궁극적으로 Algorithm Warfare(알고리즘 전쟁)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잠재력 있는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공지능과 기계기술을 함께 겸비한 미-중의 피지컬 AI(Physical AI) 기술전쟁의 대표선수들이다. 여기서 제조업 경쟁력이 취약한 미국의 상대적 열세가 읽힌다. 최근 안두릴은 한국법인을 세우고 한국의 HD현대와 USV(Unmanned Surface Vehicle: 무인수상정)를, 대한항공과 UAV(Unmannde Aerial Vehicle:무인기) 생산을 결정했다. 미국의 생산능력 열위를 한국 제조업과의 동맹으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최첨단 방산업체가 한국의 제조회사들과 손잡은 것을 일상적인 기술제휴 정도로 생각해선 안된다.

한국은 GDP의 24%가 제조업인 제조강국이다. 중국의 확장으로 많은 상처가 난 상태지만, 여전히 공장 굴뚝에선 연기가 힘차게 피어오른다. 베어링, 기어부터, 센서, 모터, 배터리, 반도체, 자동차, 탱크, 잠수함까지 우리 손으로 못만드는게 없는 나라다. 많이 늦었지만 최근 각성으로 인공지능에서도 컴퓨팅파워, 알고리즘, 데이터까지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으로 속도를 낼 태세다. 지난 몇 년간 슬럼프가 길었지만 전세계와 비교했을 때 한국은 피지컬 AI(Physical AI)를 구현하기에 최적의 나라다.

슬롯 게임 사이트산업을 비롯해 인공지능과 제조업이 결합되는 임바디드 AI(Embodied AI) 시대에 AI(인공지능)와 Body(신체)에서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기적의 역사가 재현되길 바래본다. 생활체육으로 승기를 잡기엔 너무 인구가 적고 시장이 협소하다. 결국 대표선수 육성으로 양궁과 쇼트트랙 같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이 중요한 시기에 대한민국 기업들과 슬롯 게임 사이트인들의 땀과 열정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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