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대 마야 차크마크 교수, ‘IEEE 스펙트럼’에 기고문 발표

휴머노이드 메이드 슬롯 전문기업들은 미래에는 산업 현장뿐 아니라 가정에도 휴머노이드 메이드 슬롯이 대량 보급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범용 지능을 갖춘 휴머노이드 메이드 슬롯이 사람과 같은 공간에 살면서 요리, 청소, 빨래 등 집안 일도 하고 가족들과 재미있는 대화도 나누는 장면을 상상한다. 하지만 실제 사람들은 인간의 모습을 닮은 휴머노이드 메이드 슬롯이 자신들의 내밀한 공간에 들어와서 기족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美 워싱턴대 마야 차크마크(Maya Cakmak) 교수는 사람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란 가정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마야 차크마크 교수팀이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사람들은 대부분의 집안일에서 휴머노이드보다 특정 목적에 맞게 제작된 특수 목적 로봇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크마크 교수는 ‘IEEE 스펙트럼’에 발표한 기고문(제목:Do People Really Want Humanoid Robots in Their Homes?)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차크마크 교수는 미국과 영국 참가자 7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에게 가정 내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수용 가능성, 선호하는 디자인, 그리고 특정 시나리오에서의 로봇 선택 이유 등을 물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휴머노이드 로봇과 사람을 닮지않은 범용성 로봇을 제시하고, 의견을 물었다.

참가자들은 일반적으로 특수 목적 메이드 슬롯이 더 안전하고, 사생활을 덜 침해하며, 궁극적으로 집과 가족 주변에 있어도 더 편안하다고 답했다. 휴머노이드 회사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단일 휴머노이드 메이드 슬롯을 꿈꾸고 있지만, 설문 조사 참가자들은 메이드 슬롯 청소기, 약 복용을 돕는 약물 분배기, 계단 오르기용 보조기구와 같이 여러 가지 소형 특수 메이드 슬롯을 갖추는 것을 더 선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참가자는 휴머노이드 메이드 슬롯이 가정 내에서 허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옷 입기 보조와 같이 특수 목적 메이드 슬롯의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작업에서는 휴머노이드가 선호되기도 했다. 피규어(Figure), 옵티머스(Optimus), 네오(Neo)와 같은 휴머노이드가 집안일을 하는 이미지를 본 참가자들은 메이드 슬롯이 유용하고 가정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메이드 슬롯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많이 드러냈다. 휴머노이드가 넘어지거나 오작동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뜨거운 물체나 날카로운 물건을 다루는 것에 대한 위험을 걱정했다. 카메라 데이터가 클라우드로 전송되거나 메이드 슬롯이 해킹당할 수 있는 등 프라이버시 문제도 주요 관심사였다.
특히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이 새로 내놓은 휴머노이드 로봇 이미지나 동영상을 보고난 후에는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옵티머스, 네오, 피규어 등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흔히 검은색 얼굴 마스크를 하고 있는데 일부 참가자들은 ‘불안하다’, ‘소름 끼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참가자는 검은 마스크가 “무언가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섬뜩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집안일을 마친 뒤 소파에 앉아 있는 ‘네오’(1X 테크놀로지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의 영상을 보고 위안을 얻기보다 불안함을 느꼈다는 응답도 있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또 다른 주요 반대 이유는 ‘공간’에 관한 문제였다. 참가자들은 휴머노이드를 “덩치 크고”, “불필요하다”고 표현한 반면, 특수 목적 로봇은 “덜 침입적이고”, “더 신중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의견은 과거 일본 도요타 연구소(TRI)에서 진행된 사용자 연구와 일치한다는 설명이다. 도요타연구소는 제한된 바닥 공간이 로봇 도입의 주요 장애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천장 설치형 로봇 디자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차크마크 교수의 아홉 살 아들도 “방이 없는데 휴머노이드 로봇이 있으면 어디에 둬요?”라는 질문으로 이 문제를 명확히 짚어줬다.
이번 연구는 가정용 로봇에 대한 시장의 잠재적 선호도를 보여주지만, 휴머노이드 회사와 투자자들이 간과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 참가자들은 로봇이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대안보다 비싸지 않을 경우’에만 휴머노이드 로봇 수용 의사를 밝혔다.
차크마크 교수는 한 학술행사('HRI 2025 Physical Caregiving Robots Workshop')에서 보조 로봇(assistive robots) 이용 경험이 있는 운동 장애인 6명을 대상으로도 동일한 질문을 던졌다. 그들 중 누구도 휴머노이드를 원하지 않았다. 이들은 ‘100% 안전해야 하기 때문’에 휴머노이드가 ‘소름 끼친다’고 말했다. 한 패널리스트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율주행차를 만들려고 인간을 운전석에 앉히고 운전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성능과 디자인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지, 자율주행자동차 운전석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앉히는 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물론 모든 작업을 위한 특수 목적 로봇을 만드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단순한 집안일에도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범용 로봇이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휴머노이드 형태는 ‘과유불급’일 가능성이 높다는게 차크마크 교수의 생각이다. 기본적인 그리퍼(집게)를 장착한 바퀴 달린 로봇처럼 훨씬 단순한 디자인만으로도 많은 것을 해낼 수 있고, 현실적으로도 더 실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사람들은 로봇 청소기 사용을 위해 가구를 옮기는 것처럼, 로봇의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기꺼이 집의 일부를 바꿀 자세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차크마크 교수는 “가정용 로봇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인간 간병인을 대체하려는 로봇보다는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로봇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기업들이 가정용 로봇에 대한 더 깊은 연구를 진행하고, 대안적인 디자인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ksjang@irobo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