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메시지 최적화…운전자 행동 변화 유도
멸종 위기종 보호 및 도로 안전 기여 기대

호주 시드니대 로봇공학센터 연구팀이 '동물-차량 충돌(AVCㆍanimal-vehicle collisions)'을 방지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도로변 기술(AI roadside technology)'을 개발, 성공적으로 테스트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은 AI 기술을 활용하는 이 기술을 깃허브(GitHub)에 공개해 연구자들과 환경 보호론자들이 자체적으로 동물-차량 충돌 방지 전용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술이 본격 보급되면 '로드킬' 사고로 숨지는 많은 동물들과 멸종위기종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네팔의 붉은 판다, 브라질의 거대한 개미핥기, 동남아시아의 천산갑, 중앙아시아의 눈표범 등 멸종 위기 동물이 서식지 파괴로 인해 도로를 건널 때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시드니대, QUT, 퀸즐랜드 교통부 등의 공동 노력으로 진행됐으며 'iMOVE 협동연구센터(CRC)'가 자금 지원을 했다.
호주 시드니대 로봇공학센터와 '사고 연구 및 도로 안전 퀸즐랜드 센터' 연구팀이 이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12개월에 걸쳐 이들은 대형 동물 보호를 위한 도로변 모니터링 및 경보 시스템인 'LAARMA(Large Animal Activated Roadside Monitoring and Alert System)'를 개발하고 테스트했다.
LAARMA는 저비용 AI 기반 도로변 장치로, 센서를 이용해 도로 근처의 동물을 감지한다. LAARMA가 동물을 발견하면 근처의 '가변 메시지 표지판(VMS)'을 깜빡이게 하여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방식이다.


현장 시험은 호주 북동부 열대림 내 희귀 조류인 화식조(Cassowary)의 서식지인 퀸즐랜드 극북 지역에서 진행됐다. 이 시스템은 97%의 정확도로 화식조를 감지하고 287건 이상의 목격 사례를 기록했다. 작동 시 차량 속도가 눈에 띄게 감소하여 충돌 위험을 낮추는 등 경고 신호가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LAARMA 시스템에는 RGB 카메라, 열화상, 라이다(LiDAR) 등 다양한 폴 마운트 센서가 포함됐다. 라벨링된 데이터 없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학습하고 개선하는 자가 학습 AI가 탑재된 것이 특징이다. 임상 시험이 끝날 무렵, 이 시스템은 100미터 이내의 동물을 78.5% 정확하게 감지했다.
다섯 달에 걸쳐 연구팀은 야생 화식조가 자주 출몰하는 쿠란다에 LAARMA 기둥을 설치했다. AI는 초기 4.2%에 불과했던 화식조 인식률을 시험 종료 시점에는 78.5%까지 빠르게 개선했다. 또한, 표지판이 깜빡이면 운전자 속도가 시속 6.3km까지 떨어졌다.
시드니대 로봇공학센터의 쿤밍 리 박사는 "이 시스템은 스스로 더 나아지도록 가르친다"며 "자기 감독 방식이다. 물소를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 물소를 발견할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재프로그래밍하거나 훈련해야 하는 구형 시스템과 달리, LAARMA는 화식조를 볼 때마다, 그림자 속이든 나무 뒤든 빠르게 움직이든 그 모습을 기억하고 미래에 더 잘 발견할 수 있도록 스스로 학습한다고 덧붙였다.
동물 탐지 기술과 함께 QUT 연구팀은 도로 표지판에 표시될 경고 메시지를 신중하게 설계하고 테스트했다. 연구팀은 행동과학의 방법을 사용해 메시지가 작동하는지 확인했으며, 포커스 그룹을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테스트하고, 호주 전역의 550명 이상의 운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또한 운전 시뮬레이터 테스트를 통해 어떤 메시지가 운전자의 속도를 늦추는 데 가장 효과적인지 파악했다.
화식조가 감지되면 특별히 설계된 디지털 표지판이 실시간 경고와 함께 켜져 운전자들에게 속도를 늦추고 주의를 기울이라고 경고한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운전자가 처음 봤을 때 쉽게 무시하는 기존 설치물인 노란색 표지판과 달리, LAARMA는 실제로 화식조가 있을 때만 불이 켜져 메시지의 신뢰성을 높였다. 최종 현장 테스트 결과, 메시지가 활성화된 이벤트 구역에서 차량 속도가 기준 조건에 비해 최대 6.3km/h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운전자 행동의 변화는 충돌 시 반응 시간, 제동 거리 및 결과를 크게 개선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퀸즐랜드 교통 및 주요 도로부(TMR) 데이터에 따르면 , 1996년 이후 차량에 의해 174마리의 화식조가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실제 수치가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우려하며, 많은 새들이 보고되지 않고 운전자들은 자신들이 야기한 피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TMR 지역 책임자인 로스 호지먼은 "우리는 이 핵심종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는 열대우림의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운전자 역시 직접적인 충돌이나 새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그는 "차량-동물 충돌 이력이 있는 특정 위치에 배치할 수 있는 저비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전자에 대한 인식과 사전 경고를 개선할 수 있다면 도로 안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iMOVE CRC 상무이사 이안 크리스텐슨은 "이 프로젝트는 응용 혁신의 훌륭한 사례"라며, "최첨단 센싱 및 AI 기술과 행동 과학을 결합하여 실제 도전 과제에 대한 실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힘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텐슨은 깃허브를 통해 LAARMA 시스템을 오픈 소스화한 것이 전 세계적 잠재력을 크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픈 소스화를 통해 전 세계 정부와 환경 보호 단체가 자신의 야생동물 및 도로 안전 요구 사항에 맞게 기술을 더 쉽게 개발 및 응용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기술은 이미 여러 종의 동물을 식별하도록 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