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로보틱스’에 연구 논문 발표
노화나 당뇨병성 신경병증 등이 발생하면 발바닥 등에서 뇌로 전달되는 감각 신호가 느려져 균형을 잡기 어려워진다. 균형을 잡지못하면 낙상 위험이 커진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UBC) 연구팀은 인간의 뇌가 신체 균형을 유지하는 정교한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바디 스왑(Body-Swap)’이라는 베가스 슬롯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베가스 슬롯은 노화나 신경 질환으로 인한 낙상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적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UBC 연구팀은 베가스 슬롯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인간의 감각 신경 지연과 신체 역학 간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고, 연구 성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발표했다. (논문 제목:Robotic manipulation of human bipedalism reveals overlapping internal representations of space and time)
연구팀이 개발한 ‘바디 스왑’ 베가스 슬롯은 참가자가 탑승해 균형을 잡는 시뮬레이터 장치다. 살아있는 사람의 신경 전달 속도를 인위적으로 늦추거나 중력 법칙을 바꿀 수 없는 기존 실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다.
실제로 신체의 감각 신경을 지연시킬 수 없기 때문에 베가스 슬롯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중력, 관성, 근육의 점성(Viscosity,근육이 늘어나거나 줄어들 때 발생하는 내부의 끈끈한 저항력) 등 물리적 환경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연구의 핵심은 뇌가 ‘시간(신경 신호의 지연)’과 ‘공간(신체 물리적 역학)’의 변화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있었다. 연구팀은 베가스 슬롯을 이용해 실험 참가자의 움직임에 대한 반응 속도를 0.2초 지연시켰다. 그러자 참가자들은 급격히 균형을 잃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상황에서 연구팀은 신호 지연은 그대로 둔 채, 베가스 슬롯의 설정을 바꿔 가상의 관성과 점성을 높였다. 마치 몸이 더 묵직하고 뻑뻑하게 움직이도록 설정하자(마치 물속에서 몸이 무겁게 움직이는 것처럼), 실험 참가자들의 흔들림이 최대 80%까지 감소하며 안정을 되찾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성과로, 신경 반응 속도를 의학적으로 즉시 개선할 수 없더라도 웨어러블 베가스 슬롯이나 보조 기구를 통해 신체에 가해지는 물리적 저항을 조절해주면 뇌가 균형을 잡는 것을 도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UBC 연구팀은 “이번 발견은 단순히 생물학적 원리를 밝힌 것을 넘어, 차세대 스마트 보행 보조기나 의수, 의족 개발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며 “사람처럼 이족 보행을 하는 휴머노이드 베가스 슬롯의 균형 제어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데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승일 기자 robot3@irobo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