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윤 KIST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 박사

▲김대윤 KIST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 박사
▲김대윤 KIST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 박사

생물의 능력을 본뜬 ‘소프트 로봇(Soft Robot)’ 기술이 최근 인공지능(AI)과 첨단 소재 과학의 발전으로 빠르게 진화하며 미래 로봇산업의 핵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소프트 로봇이란 딱딱한 금속이 아닌 유연한 소재로 만든 로봇을 말한다. 기존의 강체 로봇과 달리 고무, 실리콘 등과 같은 부드럽고 신축성이 있는 소재를 활용해 생명체와 유사한 유연하고 적응력 있는 움직임을 구현하는 차세대 로봇 공학 분야다.

이러한 흐름 속에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 김대윤 박사 연구팀이 문어의 위장술과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색과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소프트 로봇 ‘OCTOID(옥토이드)’를 개발했다. 옥토이드는 단순히 구부러지거나 늘어나는 수준을 넘어 전기 자극에 따라 색을 바꾸며 주변 환경에 맞춰 움직이고 물체를 잡는 기능 통합형 소프트 로봇이다.

연구팀은 핵심 재료로 광결정 고분자를 개발했다. 이 소재의 나선형 분자 배열과 고분자 네트워크 구조를 정밀하게 조절해, 실제 문어 다리처럼 부드럽고 유연한 움직임과 색 변화가 동시에 가능한 구조를 구현했다. 전기 신호를 가하면 소재 표면이 미세하게 수축·팽창하며 푸른색-녹색-적색으로 연속적인 색 변화를 보인다. 또 비대칭 구조 변화를 통해 휘거나 펴지는 동작을 수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옥토이드는 실제 문어처럼 위장(camouflaging), 이동(moving), 포획(grabbing)의 세 가지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김대윤 박사는 연체동물, 특히 문어가 지닌 탁월한 다기능성과 환경 적응 능력에서 영감을 받아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문어는 단일 기관을 통해 위장, 이동, 먹이 포획 등 복합 기능을 수행하며, 유연한 팔과 피부를 활용해 주변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며 “이러한 생체의 구조적·기능적 통합은 기존 로봇 설계로 구현하기 어려워, 이를 소프트 로보틱스와 프로그래머블 소재 기술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단일 기능을 넘어 광학적·기계적 특성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통합형 플랫폼 개발이 소프트 로봇 분야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김 박사는 “이번 연구는 자연계 생물의 감각적, 기계적 복합 기능을 구현한 사례 중 하나로, 생체 모사와 스마트 복합소재 기술의 융합을 보여주는 성과다. 문어의 생체 전략을 단순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광학적(색 변화)·기계적(형태 변형) 기능을 하나의 소재 플랫폼 내에서 통합했다는 점이 기존 연구와 다르다”고 소개했다. 김 박사는 “구조색 기반의 위장, 유연한 구동을 통한 이동·포획, 자율적 적응 메커니즘을 결합함으로써 환경 인식형 소프트 로봇, 심해 탐사 로봇, 수술용 마이크로 액추에이터, 웨어러블 광학 소자, 스마트 위장 시스템 등으로 확장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옥토이드는 자연계 생물의 감각적·기계적 복합 기능을 구현한 사례로, 생체 모사와 스마트 복합소재 기술의 융합 성과를 보여준다. 나아가 이 기술은 자기 인지, 인지 반사, 학습형 소프트 로봇 등 미래 지능형 소프트 머신 개발로 확장될 수 있는 핵심 플랫폼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옥토이드가 실용화될 경우, 다기능성과 적응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며 ”해양 탐사에서는 문어와 유사한 유연한 움직임과 위장 능력을 활용해 복잡한 수중 지형에서도 안정적으로 이동하며, 생태계를 교란하지 않고 해양 생물과 구조물을 관찰할 수 있다. 또 위장과 포획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 군사·방산용 은폐 정찰 로봇이나 탐사·구조 로봇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환경에 따라 형태와 색을 스스로 조절하며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지능형 적응 로봇 플랫폼으로 발전해, 극한 환경이나 정밀 제어가 필요한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물론 실용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 김 박사는 ”구동 속도 향상을 위해 고효율 열전달 구조 설계가 필요하며, 구동부의 경량화와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도성 고분자, 탄소 나노튜브, 그래핀 등 가볍고 유연한 대체 소재의 적용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조규남 전문기자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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