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기지 다변화…SK하이닉스 추격 본격화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일본 히로시마에 약 14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 공략에 나선다. 글로벌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를 추격하기 위한 전략적 거점 마련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30일 닛케이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히로시마현 히가시히로시마시의 기존 공장 부지에 1조5000억엔(약 14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HBM 생산시설을 건설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 프로젝트에 최대 5000억엔(약 4조7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마이크론은 내년 5월 신규 제조동 착공에 들어가 2028년께 차세대 HBM 출하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는 2019년 이후 히로시마 공장에 처음 건설되는 신규 제조동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엔비디아 등의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핵심 부품이다. 기억 용량과 데이터 전송 속도가 뛰어나 AI 데이터센터 서버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홍콩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 SK하이닉스(62%), 마이크론(21%), 삼성전자(17%) 등 순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구글 등 주요 빅테크 기업에 HBM을 공급하며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일본 투자 확대는 생산기지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은 전체 D램 생산량의 약 60%를 대만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미·중 대립이 격화되고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생산거점을 분산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마이크론은 2013년 파산한 일본 엘피다를 인수하며 일본 내 메모리 생산시설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히로시마 공장에 5000억엔을 투자해 2027년까지 새로운 D램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투자로 마이크론의 히로시마 투자 규모는 기존 계획 대비 3배로 확대됐다.

마이크론은 올해 5월 히로시마 공장에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처음으로 도입하며 첨단 반도체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닛케이는 “히로시마 신규 공장은 세계 굴지의 차세대 HBM 생산 거점이 될 것”이라며 “기술에서 앞서가는 SK하이닉스를 추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정환 기자 robotstory@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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