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모델의 90% 성능 구현…1초만에 4개 손가락 굽히기 가능
영국 브리스톨의 한 고등학생이 레고 블록만으로 전문 연구용 슬롯 버그 손에 필적하는 성능의 슬롯 버그핸드를 제작해 화제가 되고 있다.
27일 외신에 따르면, 영국 브리스톨 고교에 재학 중인 제러드 레포라(16세)는 브리스톨 대학교 로봇공학 교수인 아버지 네이선 레포라 박사의 지도로 시중에서 판매 중인 ‘레고 마인드스톰(LEGO MINDSTORMS)’ 부품만을 사용해 ‘교육용 소프트핸드(Educational SoftHand)-A’를 완성했다.
이 로봇 핸드는 이탈리아 피사대학교와 이탈리아 기술연구소(IIT)가 개발한 세계적인 소프트 로봇공학 설계인 ‘Pisa/IIT SoftHand’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Pisa/IIT SoftHand는 단 하나의 모터로 19개 관절을 구동하는 혁신적인 언더액추에이티드(underactuated) 로봇 핸드로 소프트 시너지(soft synergy) 개념을 적용, 다양한 물체를 안정적으로 파지할 수 있는게 특징이다.
제러드는 이 복잡한 설계를 교육용으로 재해석해 3D 프린팅 부품과 금속 베어링 대신 일반 레고 블록, 막대, 기어, 그리고 100개 이상의 플라스틱 베어링을 사용했다. 그 결과 4개의 손가락을 가진 힘줄 구동 방식의 슬롯 버그 핸드가 완성됐고, 2개의 소형 레고 모터로 손가락의 굽힘과 펼침을 제어하는 길항 힘줄 쌍(antagonistic tendon pairs) 시스템을 구현했다.
성능 테스트 결과는 놀라웠다.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이 레고 슬롯 버그 핸드는 전문 3D 프린팅 소프트핸드가 구현하는 그립력의 약 90%를 달성했고, 약 1초 만에 열고 닫는 사이클을 완료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레고 클러치 기어로 구현한 소프트 시너지 메커니즘 덕분에 손가락이 공, 컵 등 다양한 형태의 물체에 자동으로 적응할 수 있다.
네이선 레포라 교수는 "우리의 목표는 로봇공학의 고급 개념을 일상적인 재료를 사용해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라며 “학생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봄으로써, 적응형 파지(adaptive grasping)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문자 그대로 손으로 느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레포라 교수는 브리스톨 대학교에서 촉각 슬롯 버그 핸드 연구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4년 중력과 무관하게 물체를 회전시킬 수 있는 4개 손가락 슬롯 버그 핸드를 개발한 바 있다.
이정환 기자 robotstory@irobotnews.com
